오래 전에, 목회하던 곳에서 우리 아들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우리 아들이 다닌 고등학교의 후배 학생의이야기이다.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같은 학년 학생과 싸움을 하여 그 학생 을 조금 다치게 했단다. 그 일로 인해서 그 부모님이 학교에 두어차레 불려가기도 했고, 그 학생도 일주일인가 근신 처분을 당하기도 해서 마음이 별로 좋 지를 않았는데 그 부모님과 학생을 더욱 견디지 못하게 한 것은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선생님 몇 분이 그 아이를 마치 그렇고 그 런 아이로 바라보더라는 점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그 다치게 한 학생은 견디다 못해 인근 학교인 S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고 말았다.
선생님 입장과 학부모, 학생 모두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각자 나 름대로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무어라 평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라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심리학 용어에 낙인효과 라는 게 있다. 어떤 사람이 정신병자, 못난 자 등의 부정적인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면 그 칭호에 걸맞는 행동을 한다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자 페리나는 과거에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낙인효과를 검증한 바 있다. 어떤 집단의 절반에게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 는 것을 말해준 반면, 나머지 절반에게는 정신적인 질환이 아닌, 신체적인 질환으로 과거에 입원한 적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연구결과 상대가 정신질환 경력이 있다는 사전 정보를 갖고 있었 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가 작업 수행 능력이 부족하고, 불안하며, 긴장되고, 적응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우리는 가정에서건 그 어디에서건 사람을 낙인찍는 일은 하지 말아 야 할 것이다. 아무리 잘하고 있는 사람도 ‘어떠 어떠한 사람’이라 고 일단 낙인을 찍으면 낙인 효과에 의해서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고문관’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국어 사전에도 고문관 이란 단어가 있다. 이렇게 정의 내리고 있다. 주로 군대에서 어리숙 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실제 쓰이는 의미는 사전의 정의와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 도 있다. 고문관이란 잘할 것이라고 기대도 하지 않고, 못한다고 해서 나무라지도 않는다. 그냥 보고서 웃을 뿐이다. 훈련을 해도 꼴찌요, 구보를 해도 꼴찌요 또 틈틈이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 고문관’ 하면서 그러러니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한번 고문관 으로 찍히면 남들도 고문관으로 알고 대하지만 자신도 어느 덧 자신을 고문관으로 여기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들 이 어떤 사람을 고문관으로 찍으면 낙인 효과에 의해서 고문관처럼 행동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언젠가 노화도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어느 목사님이 이런 말을 들 려주었다. 교회에 부임하니까 어느 분이 위험 인물 두 사람을 가르 쳐주었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몇 사람도 그 두 사람은 그렇고 그런 사람이니 경계해야할 사람이라고 말을 하더란다. 하지만 그 목사님은 상담을 전공한 목사님인지라 평소 선입관을 조심하지 않으 면 안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으로 하고, 다른 사람과 똑 같이 대해 주었더니만 아주 잘 하더라 는 것이다.
혹 내 주변에 멀쩡한 사람을 어떠한 사람 이라고 낙인을 찍어 스스로 고문관으로 살아가게 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나님은 한 인 간으로 하여금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그런 행위 도 살인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내가 혹 살인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