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냥 소소한 이야기지만 주님께 은혜받았다는 마음에 이렇게 몇자 적어 봅니다.


제게는 아들놈이 둘 있습니다.

큰 놈은 중2 , 작은 놈은 초3인데 두녀석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구, 학교 생활도 즐겁게 하는거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퇴근하고 집에 들어 갔는데 초3인 작은 놈이 학교에서 부모님 사인 받아 오랬다구 종이

한장을 내밀 더라구요. 무언가 봤더니 반성문 이었습니다. 작은애의 설명에 의하면,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장난을 쳤는데, 그 장난이란 것이 여러명이서 한 아이를 따돌림 하는 것이었다는 군요.

한 아이를 타겟으로 그 아이가 장난에 동참한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도 대꾸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 장난도

같이 않하구 그런 식으로 한 아이를 따돌려 골리는 것 이었습니다. 이렇게 따돌리니 당하는 아이는 얼마나

속이 상하겠습니까? 그래서 그 아이가 우리 작은애와 또 다른 친구에게 항의 하였고, 그 와중에 싸움으로

발전해 선생님께 세명 모두 꾸중을 듣고 벌을 섰나 봅니다. 그리고 싸웠던 것에 대한 반성문을 써서 부모님

사인을 받아 오라고 선생님께서 지시 하셨더라구여..

그런 이야기를 듣고 저는 '하! 요런 맹랑한 녀석들을 봤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 참 생각했지요.

지금은 장난으로 한 아이를 따돌리지만 , 이 아이들이 크면 장난이 아닌 한 아이의 인생이 바뀔 수 도 있는

아픔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따돌림, 외톨이, 불신, 무관심이 가져오는 비극을 우리는 매일 같이 신문

사회면에서 어렵지 않게 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작은 애에게 그와같은 장난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가르켜 줄 필요가 큰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한 참 이런 저런 궁리를 한 끝에 작은 애를 다시 불렀습니다.

그리고 작은애에게 말 했습니다.

"우선, 오늘 넌 아직 이해할 수 없겠지만 엄청 큰 잘못을 했단다. 네가 무엇을 잘 못 했는지 알려면, 오늘

일기는 네가 따돌림을 당한 아이에 입장이 되어서 그 아이의 일기를 써가지고 오너라."

작은애는 일기를 썼습니다. 그 아이 이름으로 된 일기지요. 일기 내용을 간략히 추리면 이렇 습니다.

'오늘 **(작은애)하구 **이 하구 여러 친구가 나를 따돌렸다. 말을 걸면 대답도 않하구, 자기들끼리

속닥이구, 쉬는 시간에도 놀이에 끼워 주지도 않구 등등 (중략)... 그래서 나는 오늘 속이 많이 상했다.

**이 밉다. ***도 밉다. 울음이 나고, 화가 나서 **와 ***에게 따지다 싸웠다. 하지만 선생님은 나도

혼을 내셨다. 정말 속 상하다.'

이런 내용으로 일기를 썼는데, 일기를 쓰면서 작은애는 울었습니다.

일기가 끝나고, 나는 작은애에게 다시 그 아이에게 사과의 편지를 쓰도록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내일 학교에 가서 반아이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읽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작은애는 또 울었습니다.

이번의 눈물은 편지를 읽었을 때, 작은애에게 쏟아질 반아이들의 눈총과 비난에 대한 걱정의 눈물이었습

니다. 하지만 저는 작은애에게 말했습니다.

"봐라. 너는 다른 아이들의 눈총이 두려워서 울음이 나는데, 너희들의 장난에 속 상했을 그 아이는 얼마나

많이 울음이 났겠니?"

"오늘, 너는 분명히 잘못 하였고, 잘 못을 했으면 용서를 빌어야 하는 거란다. 사람은 누구나 잘 못을 할 수

있단다. 하지만 누구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지는 못 한다. 자신의 잘못에 당당히 용서를 빌 수 있는 것이

용기 인데, 용기 있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 하지만 넌 용기 있는 사람이니, 그 아이에게 용서를 빌 수

있을거야. 그리고 그 아이도 너가 진정으로 용서를 빌 면, 널 용서 할 거구"

작은애는 울고는 있었지만, 제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선생님께 편지를 통해 사정을

말씀드리고, 작은애 뿐만아니라 다른아이들도 따돌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우리 작은애가 용서를

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 부탁하였습니다.

다음날, 퇴근하고 바로 작은애를 찾았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어떻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 했었으니까요.

작은애의 표정은 무척 밝았습니다. 오늘 제 말대로 그 아이에게 쓴 사과 편지를 반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읽었고, 그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하였다고.. 그리고 그 편지 읽는데 듣고 있던 그 아이 뿐만

아니라 반아이들도 많은 아이들이 같이 울었다고 했습니다. 물론 반아이들의 눈총과 비난은 없었고,

선생님도 많이 흐뭇해 하셨고요.

저는 작은애의 용기를 칭찬해 주었고, 다시는 그와 같은 따돌리는 장난을 하지 말라고 말하며,

안아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전 제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아이에게는 용기를 내어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말은 하면서 내 스스로 그렇게 살고 있는지 회의가 들더라구요.

사소한 일이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통해 내 잘못을 덮고, 합리화 시키면서 살고 있는 모습이 조금씩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작은애 보기에 부끄럽더라구요. 나 자신도 용기없이 살면서 아이에게 요구 했던것도

부끄러웠고, 내 스스로 그 것이 옳고 용기 있다고 생각하면서 행동은 그렇지 못 했던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감사 드렸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작은애에게 용기를 주셨습니다. 어찌보면 여러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잘 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비는 것은 우리 어른들에게도 힘 든 일이니까요. 주님이 옳은 길로 우리

아이를 인도 하신 겁니다. 앞으로도 주님께서 함께 하여 주시길 기도 드렸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했던가요.

정말 이번에 있었던 작은애의 일은 저 스스로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하는 일 이었습니다.


길고 재미 없는 글인데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지나치는 주님의 동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싶어 적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