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 로 인한 충격이 사라지지 않은 마음속에 가슴을 저미는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함께 슬픔과 매말라 있는 우리들이 함께 애도하는 마음으로 그글을 그대로 올려 봅니다.
하늘나라서 장학금 보내왔어요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만날 수가 없다니…, 고교에 진학하게 됐다는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다음달 경북고에 들어가는 박다운(15)군은 25일 특별한 장학금을 받았다. 이날로 만기일이 된 3년짜리 적금통장의 수령액은 4백15만5천원. 박군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인 2000년 2월부터 얼굴도 모르는 고마운 분이 매달 10만원씩 꼬박 3년을 부어 준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박군은 깊은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자신을 도와 온 얼굴 없는 천사가 대구지하철 참사로 세상을 떠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사고 당시 시민들을 구하다 숨진 지하철공사 통신주임 정연준(36)씨가 바로 그 은인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 ?자랐던 정씨는 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어했다. 그는 2000년 초 모교인 대구 대명초등학교를 찾아가 평소의 뜻을 실천에 옮겼다.
정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반듯하게 살아가는 아이를 추천해 달라 고 학교에 부탁했다. 학교에서는 박군을 추천했다.
대명초등학교 정일교(55)교장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하는 교사는 없지만 다운이의 생활기록부를 보니 가난한 환경에서도 착실하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여서 선정된 것 같다 고 말했다.
정씨는 그 때부터 박군의 적금통장에 매달 10만원씩 송금했다. 박군이 고교에 입학하는 시기에 맞춘 3년짜리 적금이었다. 다달이 생활비를 보태주는 것보다는 목돈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박군 가족과 선생님의 뜻에 따른 것이다. 월급 2백여만원에 세 살과 다섯 살짜리 두 아들을 둔 정씨에겐 작지 않은 부담이었다.
한데 만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같은 비극이 알려진 것은 정씨의 여동생 연주 (29.장애아특수학교 교사)씨가 박군을 찾아 나서면서다.
언젠가 오빠가 내가 한 아이를 돕고 있다는 말을 했어요.
이제 오빠가 도움을 줄 수 없게 됐는데 그 아이가 모르면 서운해할 것 같았어요.
연주씨는 은행 통장과 초등학교 등을 수소문한 끝에 이날 박군을 만나게 됐다.
처음 본 박군은 밝고 늠름했다. 중학교 내내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박군은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에 항상 마음이 든든했다 고 말했다. 슬픈 소식을 전해들은 박군은 연주씨와 함께 25일 정오 정씨의 묘소로 향했다.
경북 경산시 대동2리 미골산 중턱에 자리잡은 묘소에는 박군이 가져간 새하얀 국화꽃송이가 놓였다. 연주씨는 오빠, 다운이 왔어. 이렇게 밝게 자란 모습을 봤으면 오빠가 얼마나 좋아했을까 라며 울먹였다.
절을 마친 박군도 나도 이 다음에 아저씨처럼 꼭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될 것 이라고 다짐했다. 이승을 떠난 정씨는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다운이를 계속 돕겠다 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정씨가 남긴 장학금은 박군의 참고서가 되고, 교복이 되고, 가방이 될 것이다. 희망의 싹에 밑거름이 될 하늘나라에서! 건넨 마지막 선물이다.